실물에 버금가는 이미지 디스플레이, 각종 신용거래가 주는 간편함, 알수 없는 이해와 사명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제공하는 엄청난 상품정보. 사각의 모니터로 펼쳐지는 이 휘황찬란한 상품의 향연에 도취되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일어서는 구매욕을 제압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러나 언제나 구매욕에 못 따라주는 구매력이란 현실이 있어 잠시간의 방황은 못다한 일탈의 미적지근함을 남겨둔채 정리되는 것이 '인터넷으로 쇼핑하기' 놀이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여차하여 다시 한번 지르고야 말았다. 자본주의 상품경제가 부추기는 소비욕망에 무분별하게 휘둘리는 자신에 대한 책망과 이제부터 시작될 주머니속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만 잘 극복해낸다면, 이제 남은건 배송일까지의 초조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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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가 그런 영화가 아닐까. 시종일관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다 영화가 얄굽게 던지는 한마디. '그거 봐. 너네 사랑하는 거 아니잖아' 그러나 불쾌함은 묘한 통쾌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Hello, Stranger?"
안녕, 낯선 아저씨?
클로저(closer)라는 제목의 영화가 전하는 첫 대사이다. 제목과 대비되는 Stranger라는 한마디가 사뭇 의미심장하다. 교통사고, 사기 당한 번개미팅 일상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있을 낯선 만남, 우연한 계기에서 마법과도 같은 사랑에 빠지는 영화속 남녀들은 서로 가까워지는 만큼 불신하고 질투하며 멀어져간다. 가까운 당신은 너무 먼 당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I love you"
나는 너를 사랑해
클로저는 '사랑을 이야기 하는 영화'다. 여느 사랑영화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주인공들은 지겹도록 사랑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리는 사랑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그들이 말하는 사랑은 욕정의 다른 이름이거나 거짓말, 확신할 수 없는 두리뭉실한 감정의 일조각일 뿐이다.
'너네 정말 사랑하는거 맞아?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는거니? 그런데 그게 있기는 한거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지극한 회의, 사랑한다는 말에 대한 야멸찬 냉소 속에서 파생되는 불쾌함은 추한 내면을 들켜버린 불안과 심연의 확신할 수 없는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감정은 비단 영화를 보러 '극장'('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과 대비되는)을 찾은 연인들만의 것은 아니리라.
"yes... no..."
그래. 아니야. 잘 모르겠어.
그들은 재차 묻고 또 묻는다. '나 사랑해?' 사전이라는 친구 가라사대, 사랑은 아끼고 위하여 한없이 베푸는 마음일지인데 당신의 마음따위 뭐 그리도 중요할까. 손해보기 싫다는 마음. 이어지는 질문 '너 걔랑 잤니?' 이제 사랑은 유치함이라는 이름의 불신으로 진화한다.
상대방의 진실 혹은 진심을 원하지만 이제 아무것도 가질 수가 없다. 공기를 속에 부유하는 당신의 말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거나 거짓일 뿐이다. 그것이 설령 진심일지라도. 왜냐고?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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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에 앞서 벌여 놓은 것이 3개월.
이제사 고이 간직해오던 노트의 새하얀 첫 장를 열듯 조심스레 운을 띄어 본다.
바야흐로 엄혹했던 12월의 강원도 어느메, 팔자에서 비껴간 줄로만 알았던 소위 군사훈련을 받던 시절이다. 온갖 불합리와 몰상식, 비효율이 폭력적으로 강요되는 그 곳에서의 유일한 희망은 사회(비군사지역을 통칭함, 그다지 좋은 곳도 못된다)로의 복귀뿐이었다. 이상도 하지.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그때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블로그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시작은 순조로웠다. 가진돈을 탈탈 털었을지언정 도메인, 호스팅비 바로 입금했고, 두손두발에 남이 손까지 빌려가며 스킨 세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짠"하고 만들어 놓고보니 마음은 이미 "다 이루었도다"
특유의 게으름과 변덕이 용솟음치며 방치한 것이 오늘로 꼬박 3개월.
사정이 이러하니 애물단지도 이런 애물단지가 없네. 집은 있으되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지개 크게 펴고 잡글 나부랑이라도 몇자 올려볼까 싶다가도 막연함에 돌아서기 일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 무거운 한걸음 내딛어 본다.
가뜩이나 쓰레기 정보가 판치는 인터넷 공간에 휴지 더미 보태는 찝찝함이야 차치하더라도 막상 카테고리 채우는 것부터가 쉽지가 않다. 목표와 계획이 일천하니 막막하기 그지 없다.
사실 불특정한 다수를 상대로 알찬 정보, 정제된 지식, 거센 주장을 펼칠 능력도 의향도 내겐 없다. 다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고 주섬주섬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소소한 일상, 일천한 상념이나마 당신들과 함께 나누는 것, 차곡차곡 쌓여가는 본인의 역사를 지긋이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쁨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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