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지 않다거나 나쁘지 않다고 해서 좋은게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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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일요일 저녁 '매일 우울한데 오늘마저 우울하다'는 upani형이 집으로 찾아왔다.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우리는 집 앞 벤치에 앉아 완연한 봄과 화창한 일요일 그리고 그것들에 보다 선명해지는 서로의 불만족스러운 생활에 대해 신나게 푸념한 뒤 다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모처럼 맞는 화창한 날씨의 한가로운 주말은 지긋한 일상에 가려 있던 불만과 권태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중간한 오후, 남자 둘이 집에서 할 일은 많지 않다. 허한 마음 영화 한편에 달래기로 하고, 가지고 있던 영화 중 그나마 가볍게 느껴지는 사이드웨이를 택했다.
sideway
왕년에 꽤 잘 나가는 배우였지만 이제 별볼일 없이 3류 광고와 오디션으로 소일하는 바람둥이 잭과 아내와의 이혼후 반알콜중독 페인이 된 영어 교사 마일즈.
남 같지만은 않은 이 우울한 주인공들(이런!)은 삶의 전환점이 될지 모를 일대 사건을 앞두고 있다. 마일즈는 지난 삼년을 공들인 소설 출판을 통해 작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으며, 잭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줄 부자집 딸과 결혼할 예정이다. 대사를 앞둔 초조함,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둘은 캘리포니아 일대 포도 농장들을 순회하는 와인 투어에 나선다.
너무나 다른 두 사람. 여행의 목적도 각각이다. 결혼전 한탕 신나게 놀고 싶은 좌충우돌 돌진형 잭, 조용한 곳에서 와인과 골프로 유유자적 쉬고픈 우유부단 소심형 마일즈. 시종 의견이 충돌하며 티격퇴격하는 두 사람이건만 영화란게 늘 그렇듯 그들 역시 국면국면 적당히 합심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여행을 이어간다.
찬란한 햇빛, 시원하게 펼쳐진 초록의 대지, 현지에서 맛보는 와인 그러나 그들의 여행은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이런 그들의 여정에 잭과 마일즈를 그대로 판박이 한 듯한 두 여인(스테파니와 마야)이 나타난다. 각자 스타일이 그렇듯 두 남자의 연애방식 역시 판이하다. 끝간데 없는 욕정에 팔려 며칠 앞으로 다가온 결혼과 그것이 보장하는 미래는 개의치 않고 낯선 만남에 몰입하는 잭, 이리저리 재고 망설이다 지나서 후회하고, 서투르게 다가가다 이내 체념하는 마일즈.
낯선 곳, 낯선 만남이 가져다 주는 애틋함. 하지만 돌아가야할 길이 너무도 분명한 두사람이다. 기회, 일탈, 전환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샛길들 속에서 이제 남은 것은 선택. 종착점이 너무도 분명한 그래서 부담 없을지 모를 어제의 길, 어디로 닿을지 모를 막연하지만 기대와 희망으로 마음을 두드리는 내일의 길.
극중 마일즈의 소설 제목. '어제의 다음날'이 반드시 오늘이지만은 않다.
outro
어드덧 해는 지고, 밖은 컴컴하다. 어둠이 전하는 술냄새에 밖으로 나가려는 찰라 upani의 지갑을 아까 그 벤취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매일 우울한데 오늘마저 우울하다'는 그의 상황을 입증이라도 하듯. 잃어버린 지갑이야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고 한 번 땡기면 멈출 수 없는 우리(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초인적인 집중력을 보이기도 한다)이기에 소주 일병이라도 사기 위해 동전을 탈탈 털어 보았다. 무슨 노릇인지. 1090원. 다행히 정지된 줄로만 알았던 카드가 건재히 살아있어 어울리지 않는 호사를 부렸다. 와인과 소시지.
바야흐로 어제의 다음날은 숙취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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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비의 슬픈 선물 고등학교를 마칠 무렵이었다. 내자식 남의 자식에 뒤질새라 거금을 투자하기로 결심하신 아버지, 생판 남 보다는 사돈에 팔촌이라고 거쳐야 믿을만하다는 생각에 회사동료의 사촌동생인가 하는 컴퓨터 회사 직원에게 부탁을 하셨다. 도무지 알 길 없는 컴퓨터라는 요망한 물건에 백단위의 거금을 선뜻 내놓으시기가 아무래도 조심스러우셨을게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지만은 않았을 그 믿음직스러운 "아버지의 회사동료의 사촌동생"은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거액의 최신형"이라는 물건을 손수 들고 집까지 방문하여 설치까지 해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그의 그런 태도에서 오는 안도감에서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거액! 신형! 역시 아는 사람이 최고!에 대한 자랑을 시작하셨고, 호방한 아버지의 떵떵거림은 한동안 주위 사람들의 귀가 피곤할 정도로 계속되었다.
그날부터 컴퓨터 서적을 주워 읽고 주위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 관련 지식을 쌓았갔다. 그렇게 컴퓨터와 친해질수록 서글퍼졌다. 불신, "아는 놈이 더 무섭다"는 인간사의 비참한 회의.
그 주인에 그 컴퓨터 그렇게 사용하기 시작한 터무니 없는 "거액"의 꽤 오래된 "신형" 컴퓨터와 사년 정도를 함께 했다. 때로 철없는 주인의 무모함을 블루 스크린으로 보호하고, 막무가내한 조급함을 절제된 처리속도로 타이르기도 했지만 우수하지 않은 사양의 주인과 할만큼은 하는 컴퓨터의 궁합은 썩 잘 맞았다. 약간의 허무함 속에 Y2K를 넘기고 방심하던 찰나 침투했던 체르노빌(CHI) 바이러스와 벌였던 치열했던 전투, 종강기념 레포트, 속성 세미나 발제문 등의 긴급한 사태를 힘겹게 무마시키며 마시던 새벽공기, 철지난 고전게임과 밤새 씨름하던 날들은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재회 오늘 창고에 박혀 긴 수면에 있던 녀석과 재회했다. 비록 달랑 하드디스크에 불과했지만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료들에 들뜬 기분을 달랠수 없었다. 2.1기가의 기억은 기대보다 상당했다. 레포트, 잡글들, mp3파일, 이미지들이 열어보이는 이십대 초반의 향수에 젖어 궁상맞게도 한참을 혼자 미소지었다.
과거라 하기도 민망한 얼마 전의 시간이건만 이렇게 특별한 계기가 없이는 부러 끄집어내려 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가끔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갈 수 없다면 추억하지 않는 편이 좋을거라는 미련한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한 그리움임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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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인생의 갈림길에 위치한 나이 탓인지 몰라도 어제 모인 네 명의 생활공간과 업은 정말 판이하게 달랐다. 군 제대후 듬직한 복학생 오빠로서 온갖 조모임의 조장을 도맡아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동기, 지난 백수생활을 그리며 당장 내일이라도 다니는 회사를 떼려칠 듯하지만 꾸역꾸역 오늘을 반복하는 사회초년생 동기, 도무지 젊은 인간들 구경하기가 힘들다며 푸념하는 농협 직원인 동기 같은 선배 그리고 산업기능요원으로 직장인과 학생의 모호한 경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본질은 어찌할 수 없는 군바리인 나.
고시생 하나만 끼면 없는게 없다며 한바탕 떠들었을 만큼이나 또래 청년들의 일반적인 처지들을 아우를 만한 조합이다.(백수였던 녀석의 아무도 예상 못한 취업이 뭇내 아쉽다. 청년실업자 급구!)
점차 함께 나눌 시간도 공유할 수 있는 화제도 적어 지는 것이 안타깝지만, 일상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휴식 같은 만남에 최소한이라는 의미의 위안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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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조승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뮤지컬 헤드윅의 공연이 오는 12일부터 시작된다. 출연진 스케줄 발표와 동시에 조승우의 출연분 22회, 6000석이 매진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충무로로 전입 후 밑천 돌아볼줄 모르고 연기의 밑바닥부터 드러내는 배우들이 난립하는 요즘. 근작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지금 뮤지컬로, 다른 작품도 아닌 헤드윅으로 행보를 옮기는 그는 참 현명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세기의 로맨티스트 이몽룡(춘향뎐)에서 털털한 도시 청년(후아유), 연쇄살인범(H), 장애와 싸우는 마라톤 선수(말아톤), 광기에 몸부림치는 이중 인격자(지킬 앤 하이드)로 영화와 뮤지컬을 넘나들며 변신의 변신을 거듭해온 배우 조승우. 변신과 파격만큼이나 인상적이고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제 요란한 헤어스타일과 퇴폐적인 화장을 한 트랜스젠더 록가수로 돌아온다.
헤드윅
우리에게 헤드윅은 원작인 뮤지컬보다는 동명의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잔잔한 여운과는 별개로 괴상한 헤어스타일에 과장된 화장으로 노래하고 있는 주인공의 약간은 부담스런 표정이 담긴 포스터가 아직도 생생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헤드윅은 미군인 남편에게 버림 받은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무허가의료시술소(통상 야매라고 하는)에서의 수술실패로 남은 '생뚱한 일인치'의 살덩어리를 몸에 달고 사는 '록가수'이다. 다난하고도 굴곡진 그의 정체성만큼이나 개운치 않은 인생살이를 사는 그녀에게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구는 록음악. 세상의 편견과 외로움, 세상을 향한 외침과 다짐들, 사랑과 인생에 대한 지혜를 담아 부르는 그녀의 노래를 중심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The origin of love
영화의 백미는 단연 The origin of love. 잔잔하고도 격정적인 음성에 실려 노랫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장면이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차용한 이 노래는 헤어진 각자의 반쪽을 찾아 헤메는 인간의 사랑에서 동성과 이성의 구분은 정상, 비정상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멋지게 비유한다.
The origin of love 영화 헤드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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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일곱번째 시리즈가 <문세광과 육영수>편을 시작으로 막을 열었다. 업무 특성상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단순반복작업의 무료함을 더할나위 없이 유익하고 흥미롭게 달래주는 일동무이기에 반가움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일제 식민지배, 해방후 이념대립과 분단 그리고 전쟁 그 혼란 속에서 반공과 근대화를 명분으로 자행된 독재권력의 야만과 살육의 정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이 더러운 얼룩과 구김으로 가득찬 한국현대사의 자화상을 냉철한 시선으로 복원해왔다. 물론 그들이 보여주는 그것은 모자란 자들의 망상과 왜곡으로 채색되어진 거짓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보다 선명하고 거세게 비틀어지는 얼룩과 일그러짐이다.
그들의 관심은 독재자의 빛나는 영광과 조국근대화가 이룩한 찬란한 물질적 부에 있지 않다. 부당한 권력이 자신들의 더러운 생존을 위해 자행했던 비열한 음모와 반인륜적 살육의 행각들, 개발의 그늘에서 가장 먼저 소외되고 가장 비참히 희생되어간 철거민과 노동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들이 그리는 한국현대사의 모습이다.
적당히 드러내고 얼버무린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을 더욱더 선명히 밝혀내는 작업이야말로 왜곡된 과거가 만들어낸 오늘의 모순을 털어내는 가장 의미있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든든한 일동무이자 진지한 이야기꾼인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다음 행보에 기대를 걸어본다.
1999년 첫방영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이 장장 7년의 세월을 넘어 올해 6월로 100회를 맞는다. 현대사 다큐멘터리로서 유례가 드문 경우라고 한다. 긴 시간 묻어온,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엔 앞으로 이어질 100회도 모자랄 듯하다.
2005년도 새 시리즈에는 김환균 CP를 비롯해 이정식, 김동철, 강지웅, 유현, 조준묵, 장형원,한학수 PD 등 제작진들을 모아 2005년도 새로운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해방 전후부터 박정희 정권에 이르기까지 집권 세력이 빚어낸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총 14편의 시리즈가 방영될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서는 우선 70~80년대 주요 정치적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8명의 사형수와 푸른 눈의 투사들>편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발생한 인혁당 사건을, <문세광과 육영수>편에서는 육여사 피살 사건을 통해 70년대 정치 환경을 다시 한번 되짚는다.
또 <스포츠, 스크린, 섹스로 지배하라-3S정책>편에서는 민심 돌리기 작업에 나섰던 5공 정부의 속내를 들춰보고,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편에서는 신군부의 정권 야욕을 고발한다. 한국의 진보 3부작(1부-공장으로 간 지식인들, 2부-인민노련 혁명을 꿈꾸다, 3부-<혁명의 퇴장, 떠난 자와 남은 자>)에서는 80년대 이후의 진보운동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밖에도 6월에는 한국 전쟁을 다시 조명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특히 <국군 위안대> 편은 한국전이 한창이던 지난 51년 국군 내에 정식으로 편제됐던 위안대의 존재를 정면으로 파헤친다. <십자군 부대의 진실>편에서는 한국전 당시 기독교계의 모습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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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급하고 불같은 성격으로 빨리빨리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친구 녀석이 지버릇 개주기는 아까웠던지(그는 개 혹은 멍 등으로 통한다) 대학 문턱을 넘어서기 무섭게 결혼을 한단다. '서둘러' 결혼하는 친구 덕에 나 역시도 '한발 앞서' 유부남 친구가 생긴다는 설레임에 들뜨는건 어찌할 수가 없다.
그녀를 만날 것이다. 자그마한 손을 내저으며 아름다운 미소로 하객들의 입가를 환하게 물들일, 그녀는 생의 가장 분주한 하루를 앞두고 있다. 식의 주인공이자 신랑 신부의 제일가는 중매쟁이로서.
맑디 맑은 그녀의 눈망울은 대사를 앞둔 초조함과 불안함보다는 부푼 설레임을 초롱히 빛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녀는 내일 하루를 빛이 바랜 사진 한장의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방그레 사진 속 자신을 들여다보며 의아해하겠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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