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다음에서 연재 중인 강풀의 만화 '26년'을 봤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도 있고, '그 분'은 과연 '죄값'을 어떻게 치르게 될지가 너무도 궁금하여 두 눈을 비비벼 한달음에 봤건만. 8월 중순에 완결예정이던 것이 아직도 연재중인 것이다. 완결 안 된 만화는 되도록 보지 말자는 생활의 신조(정신건강을 위하여ㅡㅡ;)가 무너지는 순간. 그러나 어쩌랴. '더 좋은 작품을 후회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다짐에 격려를 보낼 수밖에.
26년을 기다려온 사람들도 있는데 까짓 이삼주 쯤이야.
덧>
1. 강풀 특유의 얼키고 설키는 관계 설정과 인터넷 만화의 형태적 특성을 활용한 독특한 컷구성이 묘한 흡입력을 만들어 낸다.
2. 대사를 앞두고 너나 할거 없이 광주로 내려가는 정치꾼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그들은 자체 종결시킨 광주를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 따위나 확인하는 참배의 공간으로 화석화시키려 한다.
3. 만화적 설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도 '그 분'의 경호에 전관예우라는 명목으로 공권력이 동원된다는 사실에 경악함. 이 나라가 흉악범들에게 그리도 관용적인 곳이였던가. 세금 축내지 말고 추징금이나 확실하게 받아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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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 첫편. 서로 뒤바뀐 운명을 사는 두 남자가 우연히 음반가게에서 마주한다. 나란히 앉아 그들이 함께 듣는 음악은 피유망적시광(被遺忘的時光, 잊혀진 시절). 잔잔한 음악과 팽팽한 긴장감의 공존, 극단의 존재들이 맺는 묘한 교감.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 상반된 인생을 사는 둘이지만 분열되고 부정되는 자아에 사무치게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닮아있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 속에 있었다는 것. 그 '좋은'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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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거리를 활보하는 개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식조차 하지 못할 이 하찮은 현상이 내게는 심히 경악할만한 문제로 다가온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개를 위시로 온몸에 털을 달고 네발로 보행하는 짐승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야밤에 좁다란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공포이자 위협이다. 물론 그들이 나를 해할리 없으며, 맞장을 떠서(하하 ㅡㅡ;) 물리력으로 나를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심중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과 서슬 퍼런 이빨, 천지를 요동치는 울부짖음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두려움을 유발시킨다.
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이런 나의 찌질함은 유년기의 경험에서 비롯된 일종의 트라우마에 기인한다. 동네 소꿉친구네 집에서 기르던, 그 이름도 잊을 수 없는 '뽀삐'라는 녀석이 나에게 가했던 폭력은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그 녀석 '뽀삐', 행여나 저 세상에서 너를 만날까 두렵다.
한편, 내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비열함이다. 누구나 자유로운수 없는 서글픈 현실. 강자에게 굴종하며 약자에게는 한없이 위협적인 그들의 태도와 이를 감지하는 특유의 감각은 비정하기 이를데 없다.
세상의 모든 개들을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찌되었든 그들을 생태계, 보다 중요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서로간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지.
동생이 개를 선물로 받아왔다. 엄청난 족보를 가진 진돗개라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토순이라고 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으나 그러나 어쩌랴. 물러설 곳 없는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토순과의 만남을 그들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보려 한다.
이제는 그들 앞에 당당히 서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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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우리들의 자화상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뒤적이다 '작년, 오늘' 그러니까 정확하게 일년 전의 기록들을 발견했다. 여행이라 칭하기는 다소 짧은 여정의 일부였던 그 날, 내가 들른 곳은 포항 호미곶과 구룡포였다. 전후의 시간을 함께한 '아주 나이 많은 남자와 아주 나이 어린 여자'가 있기는 했지만 그 시간만은 유독 혼자였던 것 같다.
구룡포. 포획한 물고기들을 배에서 저장창고로 옮기는 일종의 컨베이어 시스템인듯 하다. 영일 수협, 혹시 '바닷가에서 오두막 집을 짓고..'로 시작하는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라는 노래를 아시는지. 꽤 오랫동안 방파제에 가만히 앉아 바다만 바라봤다. 하늘과 수평선이 접하는 곳에 낚시바늘을 던지듯 시선을 담그고 있노라면 더할 수 없이 마음이 평온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