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거리를 활보하는 개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식조차 하지 못할 이 하찮은 현상이 내게는 심히 경악할만한 문제로 다가온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개를 위시로 온몸에 털을 달고 네발로 보행하는 짐승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야밤에 좁다란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공포이자 위협이다. 물론 그들이 나를 해할리 없으며, 맞장을 떠서(하하 ㅡㅡ;) 물리력으로 나를 제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의 심중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과 서슬 퍼런 이빨, 천지를 요동치는 울부짖음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두려움을 유발시킨다.
이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 이런 나의 찌질함은 유년기의 경험에서 비롯된 일종의 트라우마에 기인한다. 동네 소꿉친구네 집에서 기르던, 그 이름도 잊을 수 없는 '뽀삐'라는 녀석이 나에게 가했던 폭력은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그 녀석 '뽀삐', 행여나 저 세상에서 너를 만날까 두렵다.
한편, 내가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그들의 비열함이다. 누구나 자유로운수 없는 서글픈 현실. 강자에게 굴종하며 약자에게는 한없이 위협적인 그들의 태도와 이를 감지하는 특유의 감각은 비정하기 이를데 없다.
세상의 모든 개들을 박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찌되었든 그들을 생태계, 보다 중요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서로간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지.
동생이 개를 선물로 받아왔다. 엄청난 족보를 가진 진돗개라고 한다. 그녀의 이름은 토순이라고 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으나 그러나 어쩌랴. 물러설 곳 없는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토순과의 만남을 그들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보려 한다.
이제는 그들 앞에 당당히 서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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